용자칠총(龍子七塚)
김제시 백학동 선인동 마을 뒷산 큰 길옆에 고만고만한 무덤 일곱 개가 나란히 서 있습니다.
이 일곱 개의 무덤을 용자칠총이라고 부르는데, 여기에는 용녀의 애틋한 이야기가 전해져 내려오고 있습니다.
옛날도 먼 옛날, 선인동에는 진표라는 총각이 살고 있었습니다. 어려서 아버지를 여윈 진표는 홀어머니와 함께 살았습니다. 서른이 다 되도록 장가를 들지 못한 진표였지만 효성이 지극하고 부지런하여 사람들의 칭찬을 한 몸에 받았습니다. 어느날 홀어머니는 병명을 알 수 없는 병에 걸리고 말았습니다. 진표는 좋다는 약이나, 용하다는 의원이 있다면 백리 길도 멀다 않고 달려갔습니다.
그러던 어느 추운 겨울날 어머니가 물고기가 먹고 싶다고 하여 진표는 연못가에 가서 낚싯대를 드리우고 고기가 물리기를 기다렸습니다.
그런데 낚싯대에 걸린 것은 물고기가 아니라 솥뚜껑 만큼 큰 자라였다. 진표는 물고기 대신 자라라도 끓여 드릴 생각으로 일단 자라를 부엌에 있는 물 항아리에 넣어 두었습니다.
이튿날 아침, 진표는 밥을 지으러 부엌으로 갔습니다. 그런데 믿지 못할 일이 일어났습니다.
부엌엔 김이 모락모락 나는 밥과 물고기국, 맛있는 반찬으로 상다리가 휠 만큼 밥상이 차려져 있었습니다.
진표는 차려진 상을 어머니께 올렸습니다.
그날 점심도, 끼니때만 되면 어김없이 밥상이 차려져 있었습니다. 진표는 부엌에 몰래 숨어 살펴보았습니다.
그런데 꿈속 같은 일이 눈 앞에서 벌어졌습니다. 자라를 넣어둔 물 항아리속에서 꽃처럼 어여쁜 색시가 나오더니 밥을 짓는 것이었습니다.
진표는 행여 놓칠세라 얼른 색시의 앞을 가로막고 물 항아리 속에서 자라의 껍질을 꺼내 아궁이 속에 던져 버렸습니다.
색시는 죄를 짓고 쫓겨난 용왕님의 시녀였던 것이었습니다.
돌아갈 곳이 없어진 색시는 진표의 아내가 되었습니다.
색시가 들어오고 난 후 어머니의 병도 말끔히 나았습니다.
꿈 같은 세월이 흘렀습니다.
색시는 진표에게 청을 하였습니다.
앞으로 열달동안만 서로 떨어져 살자는 청이었습니다.
만일 약속을 어기고 그안에 집으로 돌아오시면 진표와의 인연은 끝이 난다는 것이었습니다.
진표는 굳게 약속하고 그 날 집을 나섰습니다.
그러나 날이 갈수록 아내가 그리워져서 결국 집에 돌아와 손가락에 침을 발라 문에 구멍을 내고 방안을 들여다 보았습니다.
방안에서는 커다란 어미용 한 마리가 일곱 마리의 새끼용을 데리고 놀고 있었습니다.
순간 어미용의 눈과 진표의 눈이 마주쳤습니다.
그러자 .어미용은 안개같던 구름을 몸에 두르더니 아내의 모습으로 변하였습니다. v
그리고 진표를 뿌리치고 우물 속으로 뛰어들어 가버렸습니다.
아내가 가버리고나자 슬프게도 일곱 마리의 새끼용도 끝내 죽고 말았습니다.
진표는 새끼용 일곱 마리를 양지바른 선인동 뒷산에 고이 묻어 주었습니다.
그 후 진표는 그만 넋을 잃고 미쳐 버려 산과 들을 헤매다가 봉래산 월출암에 들어가 수도 했는데 마침내 깨달음을 얻어 돌부처가 되었다고 합니다.
이 이야기는 약속의 중요성을 일깨워 주는 것으로 김제시 백학동 선인동 부락에 전해져 내려오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