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삿날 잠자다 벌 받은 불효

  • 작성자 : 관리자
  • 작성일 : 2019.01.31
  • 조회수 : 699

임진왜란 때 왜적의 간담을 서늘하게 했던 저 유명한 비거(飛車:공중을 날아다님) 발명가인 정평구(鄭平九) 선생의 혼령에 대한 이야기의 한 토막이다.

 

해학으로 일생을 마친 정평구 선생의 제삿날에 일어났던 일이다. 정평구 선생의 아들들은 운이 없었던지 벼슬길에는 오르지 못했다. 비록 벼슬아치는 아니었지만 유족한 농촌생활에서 선친의 제사는 유달리 정성껏 모셔왔다. 생전 선친의 교훈에 따라 조상의 제사에는 성의를 다하는 습성을 길러왔던 것이다.

 

그런데 어느 해 제삿날 밤이었다. 선친의 제삿날이어서 그 전날부터 성심 성의껏 제찬을 장만했는데 당일에는 목욕재계까지 하고 자시가 오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때였다. 「이놈 내가 왔다. 무엇을 하고 있느냐?」 생전의 모습 그대로인 선친이 성큼 방안에 들어섰다. 「예-, 아니 아버님이 아니예요. 아버님 어서 오셔요.」 아들은 선친을 보자 어떻게나 반가운지 얼른 일어나서 선친 앞으로 다가갔다.

 

「너 오늘이 무슨 날인지 아느냐?」 「예? 오늘이 아버님 제삿날이 아닙니까요.」 「알기는 알고 있었구나. 그런데 왜 제사는 지내지 않고 잠들만 자고 있는 게냐?」 「아직 시간이 안 되어서 기다리고 있던 중입니다요.」 「이놈, 시간이 안 되다니 금시 닭이 울 때가 되었는데도 시간이 안 되었다니 말이 되느냐?」 「예? 벌써 시간이 그렇게 되었나요? 아버님 잘못되었습니다. 이번만 용서해 주세요!」

 

아들은 무릎을 꿇고 용서를 빌었다. 「용서할 수 없다. 내가 그렇게도 생전에 너희들에게 교훈을 주었거늘 10년도 못 되어 이 아비의 가르침을 소홀히 했으니 그저 둘 수 없는 일이다. 다음 후대를 위해서 큰 벌을 주고 가겠다.」 「아버님-. 잘못 되었어요. 죽을 죄를 저질렀습니다. 한 번만 용서해 주세요.」 아들은 엎드린 채 빌고 또 빌었다.

 

「이놈 잘 듣거라. 내게로는 손자다만 네게로는 막내 둥이다. 내 오늘 그 귀여운 막내둥이를 불에 타 죽게 하고 가겠노라. 오늘의 불행이 다시는 없게 대대손손으로 조상의 제사를 성의껏 모시도록 하여라. 나는 이제 시간이 다 되어 떠난다.」 이 때 아들은 아버지의 두루마기 자락에 매달렸다. 그러나 아버지는 죽장으로 사정없이 종아리를 후려쳤다.

 

이 바람에 아들은 깜짝 놀라 잠에서 깨어났다. 잠에서 깨어난 아들은 꿈이었다는 것을 알았으나 현실은 너무나도 꿈과 같았음을 알게 되었다. 토방 아래 모닥불에 세 살짜리 막내둥이가 죽어 있음을 발견했다. 또한 자기만 잠에 들었던 것이 아니라 온 집안식구가 잠들어 있었기 때문에 막내둥이의 죽음을 아무도 모르고 있었다.

 

그것 뿐인가, 바로 닭울음소리도 들려왔다. 이후 정평구 선생의 후손들은 지금도 정성을 다하여 제사를 모신다는 이야기가 인근 주민들에게 전해 내려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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