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선지 이무기

  • 작성자 : 관리자
  • 작성일 : 2019.01.31
  • 조회수 : 734

옛날 만경현(萬頃縣) 남상면(南上面;지금의 진봉면 가실리(加實里)와 정당리 사이에 '화선지'라는 못이 있었다. 여기에 오래 전부터 심술궂은 이무기가 한 마리 살고 있으면서 부근 주민들에게 막대한 피해를 주고 있었다.

 

가축에 대한 희생은 말할 것도 없었고 인명까지도 위협을 받고 있었다. 그러나 주민들은 속수무책으로 불안한 나날을 보내야만 했다. 백성들은 이를 고을 원님에게 몇 번이고 알렸으나 번번이 허사로 끝나고 말았다. 관아에서도 신출귀몰하는 이 이무기를 어떻게 처치해야 할지 손을 못 쓰고 고심하고 있었다.

 

이럴 때 진봉면 정당리 출신인 함장군(咸將軍)이 고향에 잠깐 들렀다. 마침 함장군을 맞이한 주민들은 이무기를 처치해 줄 것을 간청하기에 이르렀다. 함장군도 이무기에 대한 피해를 잘 알고 있었던 터라 주민들의 간청을 받자 이무기를 처치하기로 결심을 하게 되었다.

 

그러나 막상 결심은 했으나 이무기를 처치하기란 여간 힘겨운 일이 아니었다. 며칠간의 생각 끝에 묘안이 떠올랐다. 그것은 다름아닌 어린 송아지를 이무기가 살고 있는 화선지 숯가에 방치해 두고 송아지 고삐 끈을 자신이 은신하고 있는 데까지 늘여 놓고 끈의 움직임에 따라 정체를 알아 처단할 계교를 세운 것이다.

 

그리하여 다음날 계획대로 실천에 옮기기로 했다. 이른 새벽녘 안개가 자욱해서 앞이 잘 안 보이는데 얼마나 지났을까? 이윽고 미동도 하지 않던 풀잎에 찬기운이 감도는가 싶더니 끈이 소리없이 사라져 갔다. 때를 놓칠세라 함장군은 몸을 날렸다. 20여 보 앞에 나타난 검은 물체를 보았던 것이다.

 

함장군은 그 검은 물체를 향해 날쌔게 칼을 내려쳤다. 제 아무리 신출귀몰한 이무기라도 함장군의 무술 앞에 어이없이 두동강이가 나고 말았다. 이무기가 처치되는 순간 핏줄기가 공중으로 솟구치고 못은 핏물로 변했다.

 

이렇게 이무기를 처단한 함장군은 피묻은 칼을 닦아서 칼집에 넣고 못가에 앉아 막 손을 씻고 있었다. 그런데 이 때 어디선가 지네 한 마리가 함장군 쪽으로 헤엄쳐 와 씻고 있는 함장군의 손끝을 물었다. 누가 감히 이런 일이 있으리라고 짐작이나 했겠는가?

 

바로 이무기의 죽은 넋이 지네로 둔갑하여 함장군에게 보복을 한 것이다. 지네에게 물린 함장군은 끝내 치료치 못하고 이로 인해 죽고 말았다고 한다. 이 이야기는 악은 사라지는 순간까지 조심하지 않으면 안된다는 좋은 교훈을 우리에게 남겨 준 이야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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