잉어의 보은(報恩)

  • 작성자 : 관리자
  • 작성일 : 2019.01.31
  • 조회수 : 724

전라북도 김제에 사는 하씨는 늦도록 자식이 없어 부부의 수심이 컸다. 하루는 부인이 「여보! 영감 아무래도 제가 부덕해서 그런가봅니다. 이 죄를 어떻게 씻어야 할지? 영감 제발 부탁이니 지금이라도 작은댁을 들입시다」

 

「거 무슨 망령된 소리요. 내가 수차 말해왔지만 지하에 가서 선조로부터 꾸지람을 들을지언정 당신을 두고 다른 여자를 얻다니. 얼토당토 않은 소릴랑 다시 입밖에 내지 마시오」

 

부인은 남편이 이렇게 끔직이 자신을 아껴 주기에 후손을 낳아 주지 못하는 것이 더욱 송구스러웠다.

 

어느 날 장날 하노인이 그동안 삼은 짚신을 짊어지고 시장에 나가 팔아서 쌀 서말을 사서 짊어지고 집에 돌아오는 길이었다. 나루터에 이르러 배가 오기를 기다리면서 담배를 한 대 피워 물고 앉았는데 그때 마침 고기잡이 배가 도착했다. 「얼마나 잡았소?」

 

「오늘은 재수가 좋아서 큰 잉어를 잡았소. 노인장 이렇게 큰 잉어를 보았소」 하노인은 어부의 말을 듣고 잉어를 들여다 보았다. 과연 처음 보는 큰 잉어였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하노인이 잉어를 들여다보자 여태까지 퍼덕거리던 잉어가 가만히 엎디어 하노인을 바라보며 눈물을 글썽이는 것이 아닌가? 그것은 마치 '할아버지 저를 살려주세요. 저를 구해주시면 그 은혜는 잊지 않겠습니다'하고 애원하는 것처럼 하노인에게 느껴졌다.

 

하영감은 그 잉어가 몹시 불쌍하게 생각되어 살려주고 싶었다. 「여보쇼. 이 잉어를 내게 파시오」 「이렇게 큰 잉어를 노인께서 사신다구요」 「예 사리다, 그러나 돈이 없으니 이 쌀로 드리지요, 얼마를 드리면 되겠습니까」 「쌀이 그것뿐이니 더 달라고 해도 안 될 것이고, 그것이나 다 주시오」 하노인은 쌀 서말을 주고 잉어를 사서 곧 물 속에 넣어주었다.

 

잉어는 첨벙 물 속에 잠그더니 금시 머리를 불쑥 문밖에 내밀고 인사를 하는 듯 하더니 꼬리를 흔들며 사라졌다. 하노인은 빈손으로 집에 돌아왔지만 부인은 또 누구에게 돈을 빌려 주었겠지 생각하며 아무런 내색도 없이 남편을 다정하게 맞이했다.

 

그날밤 하노인은 이상한 꿈을 꾸었다. 하노인이 마악 배를 타려고 하는데 바닷물이 짝 갈라지면서 금관을 쓰고 붉은옷에 은띠를 메고 합죽선을 든 귀공자가 나타나서 「할아버지 저는 낮에 할아버지의 은혜로 살아난 동해 용왕의 아들입니다. 모처럼 세상 구경을 나왔다가 그만 어부에게 잡혔었는데 그처럼 저를 구해 주셨으니 그 은혜를 무엇으로 갚아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무엇이고 바라는 일이 있으시면 말씀해 주십시오.」

 

하노인은 깜짝 놀랐다. 그 잉어가 용왕의 아들이라니! 어쩐지 보통 잉어와 좀 다르더라니 생각하며 「그렇게 말씀하시니 정말 고맙습니다. 나는 부귀공명도 바라지 않습니다. 오직 하나 슬하에 혈육이 없어 지하에 가서도 조상들을 뵈올 면목이 없는 것만이 한이 옵니다」 동해왕자는 기뻐하며 「할아버지의 소원대로 해드리겠습니다.」하고 돌아갔다.

 

과연 그날부터 부인에게 태기가 있어 마침내 옥동자를 낳았고, 계속해서 사남이녀를 두게 되었으며 또 손자들이 크게 번창하여 종손까지 백여 명에 이르렀고, 그 아들 손자들이 벼슬길에 올라 가문이 크게 빛났다. 그래서 하씨들은 그때부터 일체 잉어를 먹지 않는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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