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처럼 폭설이 내린 날 새벽
집을 나서기 위하여 아파트 현관문을 여는 데
저만치 어둠 가운데 인적이 있어서 고개를 돌려보니
눈을 치우고 있는 한 분이 계셨다.
관리아저씨이겠거니 했으나 좀 더 가까이 다가섰을 때
흠칫 놀라고 말았다. 관리아저씨가 아니라 이미 정년퇴직을 하신
강천석 과장님이셨기 때문이다.
같은 아파트에 살면서 엘리베이터앞에서 가끔 뵙게 되는데
오늘은 운동나가시는 것이 아니라 눈삽을 들고 열심히
수북하게 쌓인 바닥을 긁어 내고 계셨다.
문득 도청에서 보낸 안전 안내문자가 생각났고 그 속에
“내집앞 눈치우기”가 더 또렷이 떠올랐다.
그래서 결국 난 겸연쩍게 인사를 드릴 수 밖에 없었다.
과장님이 치워 놓은 길을 편안하게 걸어가며
‘평생을 공무원으로서 봉사를 하신 과장님이
퇴직 후에는 저런 모습으로 시민, 이웃에 대한
배려를 이어가고 계시구나‘ 생각하니 너무 멋져 보여
나도 몰래 뒤돌아 다시한번 과장님을 바라봤다.
펑펑 쏟아지는 눈송이 사이로
두툼한 복장을 하고 눈을 치우는 모습이
천사처럼 보였고 달그닥 거리는 눈삽소리마저
희망의 노래처럼 경쾌하고 아름다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