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0년 《현대문학》에 《누명(陋名)》과 《선생님 기행》이 추천되어 문단에 데뷔한 뒤 1973년 《월간문학》 편집장, 1976년 《소설문예》 발행인으로 활동했다. 1978년에는 도서출판 민예사(民藝社)를 설립하여 1980년까지 대표로 활동했으며, 1985년부터 1989년까지 《한국문학》 주간을 지냈다.
조정래의 작품세계는 《현대문학》에 《태백산맥》을 연재하기 시작한 1983년을 기점으로 하여 그 이전을 전반기, 그 이후를 후반기로 나눌 수 있다. 전반기의 작품에는 작가의 체험을 배제하고 사회의식에 초점을 맞추는 경향이 강했다.
예를 들어 등단작인 《누명》을 비롯하여 단편소설 《거부반응》(1973)과 《타이거 메이저》(1973)에서는 반미의식을 주제로 다루었고, 또다른 단편 《이런 식이더이다》(1972) 《빙하기》(1974) 《동맥(動脈)》(1974) 《마술의 손》(1978) 등의 작품에서는 산업사회의 비인간적인 면과 비정함을 그렸다.
중편 《청산댁》(1972) 《비탈진 음지》(1973) 《황토》(1974) 《유형의 땅》(1981) 《박토의 혼》(1983) 등에서는 연좌제의 잔혹함과 불합리성을 민족의 수난과 민중의 삶에 비유하였다. 그런 면에서 1983년 간행된 연작장편 《불놀이》는 작가의 작품 경향이 사회의식에서 역사성으로 옮겨가는 분수령이라고 할 수 있다. 뚜렷한 민족의식을 바탕으로 분단이라는 민족적 비극이 빚어낸 인물들의 고단한 삶을 객관적으로 형상화하고 그러한 비극을 극복하는 길을 모색하게 된 것이다. 장편 《태백산맥》 《아리랑》 《한강》 등이 대표적이다.